찔레

2020-03-19 14:00:00

  

 

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

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

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.

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

서로가 꽃이 되었을 이름.

 

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

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

초록 속에 가만히 서 있고 싶다.

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.

아픔이 출렁거리 늘 말을 잃어 갔다.

 

- 문정희, '찔레'